logo

한국어
Technical News
  • 좋은 기사가 있어서 퍼왔습니다. [기술]
  • 송창우 (IP: *.104.145.165)
    조회 수: 58080, 추천 수: 0/0, 2011.08.23 14:11:46
  • 정통부 부활론 유감

     

    진나라 말, 천하의 패자의 자리를 두고 승부를 겨루었던 항우와 유방,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초한지’는 ‘삼국지’와 함께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항우는 명가의 후손으로 무거운 솥을 혼자 들 수 있을 만큼 괴력과 패기가 있었다. 반대로 유방은 상대적으로 혼미한 가문에 벼슬도 보잘 것 없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자기 수하의 재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줄 알았다. 그래서 유방은 벽지에 몰렸지만 사람들이 몰려 왔기 때문에 힘을 키울 수 있었다. 반대로 항우는 자신만 내세우다 보니 백성과 신하에게 모두 신망을 잃었다. 이 대조적인 두 인물의 싸움의 결과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로 남아 있다. 항우의 비참한 최후다.

    역설이다. 결과적으로 항우의 재주가 유방보다 비상했기 때문에, 그래서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그 능력을 수용한다는 새로운 영역의 재능을 키울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에 항우는 더 많이 가지고도 다 잃었다.

    한국 IT도 마찬가지다. 하드웨어면 모를까,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영역에서 우리가 글로벌 강국인 적은 없다. 그래서 2011년 8월15일 구글이 모토로라를 125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강조한 IT 권력 이동론이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미래가 더 명백한 현실로 다가왔을 뿐이고 재벌 총수의 입으로 발표됐을 뿐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정부는 또 다시 ‘전가의 보도’를 빼들었다. 2011년 8월22일 지식경제부는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표 제조사와 함께 ‘한국판 안드로이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잃어버린 적도 없는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치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정부가 주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것이다.

    무리다. 소프트웨어 시장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시장이다. 빠르고, 많은 실패를 지속적으로 감수해야 할 시장에 정부의 계획과 대기업의 투자가 중추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흔히 싸이월드와 페이스북의 성공이 비교가 된다. 왜 싸이월드가 국내에서 주춤하고 있을 때 페이스북은 전세계로 부상할 수 있었을까. 페이스북 혼자만 봐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생태계다. 페이스북은 거의 3세대 소셜 네트워크에 가깝다. 1세대로 프렌드스터가, 2세대로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소셜 네트워크 혁명이 그치지도 않았다. 그 뒤를 이어 포스퀘어 등 새로운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관계망의 형성이 확장되고 있다. 나아가 그 같은 소셜 플랫폼을 바탕한 게임 등 새로운 서비스도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다.

    한 기업의 성공 사례만으론 현재의 난국을 돌파할 답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 시장의 역동성을 볼 필요가 있다. 빠르고, 많은 실패를 지속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생태계가 나와야 한다. 그 불확실성은 정부가 계획하기에는 변수가 많다. 그 신속성은 대기업 투자로 경쟁하기엔 너무 더디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한국판 안드로이드 제작안을 2005년 국산 모바일 무선 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 사례와 비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같은 더 값싸고, 더 빠른, 그리고 더 많은 실패를 지속적으로 감수할 수 있는 생태계 없이 운영체제(OS) 하나만 보고 달려드는 시도는 가뜩이나 뒤처진 한국의 소프트웨어, 콘텐츠 생태계를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안드로메다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다시 2008년 아이폰 쇼크 때의 악몽처럼 우리 하드웨어 경쟁력마저 한층 더 실추될 수 있다. 이것은 항우와 유방의 사례에서처럼 역설적으로 우리 정부와 대기업의 역할이 하드웨어에서는 상대적으로 훌륭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지원하고 대기업이 투자해서 공급 논리 위주로 새로운 시장을 짜나가는 것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성공에 눈이 가려져 우리는 다른 영역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같은 입장에서 일부에서 제기되는 정부 지원론의 결정체인 정보통신부 부활론에 대해 유감이다. 컨트롤 타워가 부재해 우리 IT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논리는 첫째 한국 IT의 소프트웨어, 콘텐츠의 고질적 경쟁력이 왜 부족했는지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원인 설명(벤처 투자 생태계, 소프트웨어의 합법적 이용 실태, 개발자의 개발 환경 등)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킨다. 둘째, 앞서 강조했던 저비용의 광범위하고 다양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생태계를 어떻게 창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의 필요성도 약화시킨다. 그 논리에 따르면 정보통신부가 부활하면 모두가 구원을 얻는다. 정부가 더 강력히 지원하면 대한민국 정부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애플도, 구글도, 페이스북도, 트위터도 만들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 정부에게 주어진 역할은 ‘계획’보다는 ‘규제’라는 것이다. 시장의 진화를 달성하는 몫이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주도라는 것은 맞다. 그러나 민간 주도 창의성의 전제인 완전경쟁시장은 많은 경우 교과서에서나 존재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카카오톡과 통신사간의 신경전의 핵심은 일반적 기능은 망이, 특정한 애플리케이션 기능은 최상층의 호스트가 맡도록 분할한 망 중립성에 관한 것이었다. 정부가 과점 기업 역할을 제한해 지속적으로 시장이 경쟁이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경쟁을 위한 규제’를 해야 할 책임은 여전하다.

    정부는 이제 조타수의 자리에서 내려와 심판의 자리에 서야 한다. 그 점에서 이번에는 정부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항우가 아니라 유방을 모델로 삼아야 했다. 이제 하드웨어 성공 기억은 잊고, 정부 주도의 신화도 잊자. 자신의 능력만 과신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와 이용자 등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과 협력 관계를 맺자. 소프트웨어의 미래는 소프트웨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가 돕고, 이용자가 써야 한다. 새로운 혁신의 파도를 만들 수 있는 그림, 한 번 더 실패하는 용기에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산업과 사회의 생태계가 지금 필요하다.

    ▲바다OS 기반 삼성 ‘웨이브2′(SCH-M210S). 사진 : 삼성모바일닷컴

     

    at BLOTER.NET

댓글 0 ...

http://ielab.hanyang.ac.kr/596
  Today 0, Yesterday 0, Total 93
33 기술 나준석 0 65814 2011.09.23
32 기술 안재성 0 67169 2011.09.22
31 기술 안재성 0 41386 2011.09.16
30 기술 심준보 0 58968 2011.09.16
29 유익 금낙현 0 24269 2011.09.15
28 경제 Minseok Shin 0 22064 2011.09.07
27 경제 Minseok Shin 0 21726 2011.09.07
26 경제 Minseok Shin 0 21959 2011.09.07
25 기술 Minseok Shin 0 62084 2011.09.06
24 문화 송준용 0 20848 2011.08.31
23 기술 심준보 1 49564 2011.08.29
기술 송창우 0 58080 2011.08.23
21 유익 금낙현 0 22896 2011.08.14
20 기술 심준보 0 73954 2011.08.13
19 기술 Minseok Shin 0 79527 2011.08.13
18 기술 Minseok Shin 1 79893 2011.08.13
17 유익 심준보 0 27294 2011.08.06
16 기술 심준보 0 79963 2011.08.06
15 유익 심준보 0 48169 2011.07.30
14 유익 금낙현 0 24060 2011.07.27
태그